글그림

시와 글

가을

가을

가을은 노오란 우체통을 품고빈 우체통만큼 적막한 뜨락에설익은 단감은 마음만 바쁘다.


기억

기억

내 눈물을 말려서 시간을 팔아오리 하늘은 저 만치 흐려 흘러 가고 마을엔 아이 울음 소리 끊어지다 내 시간을 말려서 기억을 팔아오리 구름은 헬수 없는 무게로 실리고 들리지 않는 소리 언제 다시 들을까


아무데도

아무데도

아무데도 아픈데는 없다 그렇다고 팔팔하진 않다 아무것도 두려움이 없다. 그렇다고 강한건 아니다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다 그렇다고 넉넉하지 않다 아무것도 아쉬움은 없다 그렇다고 마냥좋지 않다


먼발치

먼발치

말을 건넬 수도 손을 잡을 수도 없지만 내 눈길에 가득차고 세상은 뒷그림 되었다 아흔아홉 가지는 없어도 먼발치 바라볼 수 있는 한 가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여름밤

여름밤

마른 저녁이 내린다. 한웅큼 짤아 낼 듯하던 바람이 그대로 주저 앉은 여름 밤이다.  


누른국시

누른국시

뜨겁던 햇볕 서쪽 산마루 넘어 저물어 가도 한낮에 더위와 아직 어둡잖은 여름 날 저녁 마당 가운데에 생풀 얹어 피우는 모깃불이라 모기가 달아 나는지 모여 드는지 알 수 없어 논에서 돌아 온 아버진 뜨락에 장화 벗어두고 어머닌 마루에서 누른국시 홍두께로 밀어썰고 집안엔 누른국시 삶는 냄새 그지 없이 좋았다 몇 십년이 지나 모깃불도 홍두께도 누른국시 찾을 데 Read the full article…


편하기에

편하기에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 것 보다 사랑하는 것이 편하기에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가지지 않는다 가지기 보다는 사랑하는 것이 편하기에 사랑한다 사랑하는 것은 살아있는 이 만이 할 수 있는 오로지 한 가지이기에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아름답고 좋은 것은 없기에 사랑한다. 사랑하는 것은 언제든지 나 자유로움에 비롯하기에 사랑한다 사랑하는 것은 내 편한 것이기에


아침

아침

빛은 물위에 흐르고어지러운 자국만 남긴 물가엔소리없는 아침이 흐른다.


시간이 아프다

시간이 아프다

토할듯이 내지른 빛깔이라 열흘이면 지고 말것을 한 해를 견디어 질러본다 시간이 아프다 남김은 없지만 다할 수는 없다. 하루 나절로 닫힌 시간일지언정 내 한 뉘를 쏟아 낼 지어다